주말에 모임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택시를 탔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었으나
어찌나 말씀이 많으신지 그냥 날 내버려두지 않았다.

동료기사의 음주운전

(동료기사가 음주운전해서 문제가 발생, 탄원서 요청에 거부한 이야기)에 대한

이슈로 시작된 대화는

어느새 인간의 도리와 지켜야할 선에 대한 이야기 발전되기 시작해서는
급기야 6.25 까지 흘러들어가게 됐다.

어느새 피곤한 몸은 사라지고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왜 집중하게 되었을까 ?

그 기사분은 나름의 기준과 철학이 있으신 분
이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해석이
있었다. 그 철학은 돌아가신 어른이 늘 말씀하신
내용이라고 한다.
* 돌아가신 어른 :
   6.25 당시 참전 군인으로 백두기장(백두산 밟은 최선봉 부대)
   당시 짚차타고 다니는 통신병 역할. 중공군 개입 당시
   최전방까지 올라가서 후퇴명령 전달하고
   후퇴중 폭탄 파편 맞음. (실제 중공군 강하를 봤다고 함.)

그 중 몇개만 소개한다.

(1) 친구
친구를 사귈때는 "신의"를 봐야한다.
그런데, 그 "신의"라는 것이 나를 향한 "신의"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신의"를 보라는 것이다.
나는 물론이요 다른 사람들에게 "신의"가 두터운 사람은
가랭이 붙잡아서라도 친하게 지내라는 것.

(2) 돈
돈과 관련해서는 바꿀 수 있는지 없는지 생각해보고
경중을 잘 따지라는 이야기를 한다.

첫째, 나와 돈을 바꿀 수 있는가 ?  없다.
        자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
둘째, 가족과 돈을 바꿀 수 있는가 ? 없다.
        가족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말라.
셋째, 친구와 돈을 바꿀 수 있는가 ? 없다.
        친구에게 돈을 아끼지 말라.
넷째, 국가에 대한 책임과 세금은 아끼지 말라.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지만,
내가 아닌 "남에게 베푸는 신의를 보라." 는 철학과
"돈과 바꿀 수 있는가 ?" 라는 질문을 통해서
돈과 다른 무엇과의 경중을 따지는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인 혜안은 참으로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삼인행 이면 필유아사 (세명이 길을 가면 그 중에스승이 있다.) 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시간, 어느장소, 누구와 있든간에
배울 것이 참으로 많은 세상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피곤한 몸으로 잠을 청하는 나에게
택시기사님의 이야기는
푸르디 푸른 언덕위에서 바람을 맞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을 정리하는 날은

6.25 발발 67주년 되는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