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분 당선작입니다.
애인
유수연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얼마전 본 영화 [동주] 초반에 윤동주 시인이
동갑내기인 고종사촌 송몽규의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에 질투를 느끼는 장면이 있습니다.
궁금해서 송몽규의 작품을 찾아보니 술가락(숟가락)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가난한 부부가 쌀이 떨어져 선물로 받은 은수저를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1930년대 조선인의 서러움을 보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는 위의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운수 좋은 날]이나 [술가락]같은 작품을 쓰지도 읽지도 않습니다.
이 시를 선정한 이유로 심사위원들은
[한국 시의 큰 병폐 중의 하나인 소통의 결핍과 부재를 잘 설명한 작품,
삶의 투시력이 엿보이는 시, 정치현실에 삶의 진실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시]
로 선정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통의 결핍과 부재가 비단 시와 정치의 문제겠습니까?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소통일 것입니다.
애인은 여당을 찍고 나는 야당을 찍고…..
어차피 너와 나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단정하지 않고…
왜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서로에게 묻고,
서로에게 답변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다음에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것이 올 한해를 살아가는 태도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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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힘들고 안되나 봅니다. 왜 그럴까요 ? ^^
아~ 시 하나 읽었는데 또 온갖 생각이... ㅋㅋ.
자주 언급된다 -> 잘 안된다 -> 어렵다 -> 왜 ?
전 사실 최근에는 소통에 대한 기대를 많이 저버렸습니다.
저는 노력하겠지만, 다른이와 소통이 안된다고
섭섭해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태어나면서 부터 경쟁의 구도로, 불평등으로
다른 모습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공부하는데
같은 생각을 가지고 서로 이해한다는 자체가
불가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러니 하게도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만난
사람들은 그 많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고
소통이 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즉, 끼리끼리 만나는 것이 그나마 소통하는 길이고,
Good to Great 라는 책에서 언급 되듯이
안 되는 사람들 데리고 가지 말고, 같이 갈 사람만
데리고 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라는 것에
한표를 던집니다.
그래도, 정치인은 직업이 정치인이므로
소통을 해야지요. ^^
소통은 호흡과 같아서 날숨만 쉬면 죽으니까요.
들숨도 필요한데....
감사합니다. 생각하게 해주는 시. ^^
소통이란 단어는 참 짧은데,
왜 이리 어려운건지 모르겠습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