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은 우리나라를 바꾼 훌륭한 과학자였습니다. 
또 하나 사람들을 흥미롭게 하는 것은 그가 노비출신이었다는 사실 입니다. 
요즘 식으로 얘기 하면 흙수저였던 셈이죠.
흙수저가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인 금수저가 된 셈입니다.

그래서 장영실의 업적이나 성취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그의 성장과정인 신데렐라가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그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등장하는 유명한 인물은 그를 발탁한 위대한 세종대왕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만 가지고 설명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 다른 장영실의 이야기에는 그가 노비가 된 것은 어머니의 신분이 낮아서였지만,
그의 아버지는 귀화한 중국인이었고 그래서 장영실도 어려서는 좋은 교육을 받았다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일 장영실이 일반 사대부였다면 금수저가 될 수 있었을까요? 
또, 세종은 수없이 많은 사대부들의 의견을 뿌리치고, 그를 그렇게 발탁하고 승진시킬 수 있었을까요?
제 생각에 장영실이 과학자였으며 기술자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장영실은 사람들에게 눈으로 직접 보게 하는 제품을 만들어 사람들의 가치관과 철학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는 물시계인 자격루를  만들었고, 천체 운행을 관측 하는 혼천의를 제작하여 농경사회인 조선에서 과학적인 농업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도구들을 사람들에게 직접 경험하게 했고 사람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을 것 입니다.

책에도 읽은 책과 읽어버린 색이 있다고 합니다.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냥 읽은 책이 되지만 변화가 일어나 버리면 그 책은 읽어버린 책이 된다는 겁니다.
문학과 철학책은 개인의 변화를 일으킬 수는 있지만 전체집단의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은 개인도 변화시킬 수 있고 전체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해외에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최초로 모터를 발명한 패러데이는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과학 서적들을 읽으며 실험을 시도했습니다.
한 과학자의 연구조수로 시작하였으나 나중에는 왕립학회 회원이 될 정도로 명성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패러데이는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과학자입니다.  20파운드 화폐에는 그와 그의 실험장면이 담긴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패러데이는 왕립연구소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공개 강연을 실시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실험은 그가 전기를 전자기와 결합해 증폭하는 것으로 수학적인 모델은 맥스웰이 증명했지만, 패러데이는 실험으로 이를 입증해보였습니다.

지금도 패러데이가 했던 크리스마스 실험은 영국 왕립 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에는 리차드 도킨스나 칼 세이건 같은 대학자들도 이 강의에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BBC는 이를 전국에 생중계 하고 있고 이런 과학적인 전통이 하사비스 와 같은 천재 과학자들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장영실이나 패러데이의

공통점은 그들은 과학과 기술을 통해 사람들을 변화시켰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영국은 문화 또한 바꾸는 데 성공했으나 우리는 이를 문화로 바꾸지 못했고 과학기술이 제대로 축적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